시대에 맞는 호칭 예법 – 어색한 친인척 호칭

새로 쓰는 우리 예절(4) –  어색한 친인척 호칭

 

제 남편도 아닌데… 시누이 남편을 서방님’ 불러야 하나요


 

■ 결혼 1년차 새댁의 넋두리 

결혼 1년 차 새색시입니다저와 동갑인 남편에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요남편과 오래 연애를 해 데이트 때 아가씨를 여러 번 만났어요결혼 전엔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했는데결혼하니 아가씨란 호칭이 영 입에 붙지 않네요저도 모르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다가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명절이 오면 더욱 대략 난감입니다남편의 사촌동생 중엔 중학생도 있어요그들에게 도련님식사하세요” “아가씨오랜만이에요” 하고 말할 때마다 몸종 언년이가 된 기분이에요.  

대학생인 남편의 사촌동생은 저에게 형수!”라며 ’ 자를 빼고 부르더군요저도 도련!’이라고 부르고 싶은 걸 꾹 참아요남편의 동생이 결혼하면 도련님이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죠심지어 시누이의 남편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대요정말 이상하지 않아요멀쩡한 내 서방을 두고 왜 애먼 사람에게 서방님이라고 하는지…

말 나온 김에 시댁(媤宅)과 처가(妻家)는 또 어떻고요시댁은 높여 부르면서 처가는 왜 처댁이라고 안 하죠

처갓집은 양념치킨’ 앞에나 붙였으면 좋겠어요.

 

 

■ 시대에 뒤처진 호칭 예법 

신혼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호칭이다연상연하 부부들은 호칭 갈등이 더 크다이윤화(가명·39·씨는 남편이 나보다 여섯 살 어려 남편의 누나도 나보다 어리다며 그런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하니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그는 애초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최상이라며 꼭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면 호칭을 생략하거나 말끝을 흐린다고 했다. “형님이번 어머니 생신 때 음식 해가면 되…나?”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의아해하는 건 시댁 쪽 사람에겐 ’ 자를 붙이면서 왜 처가 쪽엔 그렇게 하지 않느냐다예컨대 남편의 누나는 형님남편의 형은 아주버님남편의 여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아가씨다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땐 도련님결혼 후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예법에 맞는 표현이다하지만 처가 쪽은 다르다아내의 남동생은 처남아내의 여동생은 처제아내의 언니는 처형이다.

최서연 씨(38·)는 친오빠가 남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시부모님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전통이 아니다그냥 처남으로 불러라고 해 불쾌했다며 전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남편의 사촌 여동생들에게까지 아가씨라고 하는데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동갑과 결혼해도 특별히 나을 게 없다강민영 씨(35·)는 남편과 동갑이고 결혼 전에 서로 이름을 불렀는데 결혼하고 난 뒤 시댁에서 눈치를 줘 신랑’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남편은 예전처럼 여전히 강 씨의 이름을 부른다하지만 시댁이나 처가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강 씨는 심지어 내가 2개월 누나다라며 억울해했다

국어원이 지난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어원이 2011년 규정한 표준 호칭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원래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표준 호칭이지만 설문 응답자의 62.7%는 고모부라고 부른다만약 아이가 없다면 고모부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마땅한 호칭이 없어 가족이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서먹한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성민우회는 2005년 우리나라의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대안 명칭을 찾는 캠페인을 벌였다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여성민우회 최원진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의 개인은 가족제도 안에서 존재하다 보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지난해 국어원 조사에서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에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33.8%로 가장 많았다아내의 동생을 부를 때도 36.3%는 이름을 부르자고 답했다공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보다 ○○ 씨라고 존칭을 붙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댁과 처가라는 말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서로의 집안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성은 남편 본가’(10.6%)를 선호했고남성은 처댁’(19.1%)을 대안으로 꼽는 응답이 많았다국어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대안 호칭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www.dongA.com에서 옮김

<편집실>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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