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35) 그릇1 (1992), 오세영(1942~ )  

애창시(35)

 

그릇1<1992년>     오세영 (1942 ~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시인 오세영 사진 (google imege에서 발췌)

 

(작가 오세영)

  전남 영광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해설)

   이 시는 우리 삶 속에서 조화롭고 안정된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절제와 균형을 잃어 버리고 깨어졌을 때 그것의 비뚤어진 본질즉 획인적인 사고 방식을 강요하는 칼이 될 수 있음을 일러 주고 있다또한 모나지 않는 삶에 대한 진리와 합리적인 생활에 대한 추구라는 평범한 진리 또한 일러주고 있다.

   팽팽하고 긴장된 힘으로 절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그릇이 빗나간 힘에 의해 깨진 그릇이 되었을 때그것은 아무것이나 베어 넘길 수 있는 무서운 사금파리의 칼날이 되어 그 내부에 감추고 있던 긴장된 힘의 본질인 날카로운 면이 드러나게 된다그러므로 그릇은 조화롭고 질서 잡힌 의 세계이지만그것은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매우 불안하고 긴장된 형태로 자신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에서 온전한 그릇은 절제와 균형이 잡힌 합리적인 세계이며, ‘깨진 그릇은 절제와 균형이 무너진 비합리적인 세계이다즉 칼날은 정상적인 속성을 잃어버린 후 나타나는 비뚤어진 본성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35(조선일보 연재, 2008)

(편집부)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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