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41) 6은 나무 7은 돌고래…..(1993년 ) 

애창시(41)

 

6은 나무 7은 돌고래,열번째는 전화기 (1993년)   작가 박상순 

박상순(1991년 작가세계 등단 )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마지막은 전화기

숫자놀이 장난감

아홉까지 배운 날

불어난 제 살을 뜯어먹고

첫번째는 나

열번째는 전화기

 

시인 박상순 사진  (google image에사 발췌)

시인 황지우 사진 (google image에서 발췌)

 

(작가 박상순)

   박상순 시인은 회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다유능한 북(표지)디자이너이자 편집자이며 출판인이기도 하다. ‘무서운 아이들의 유희적 상상력신경증적 반복파격적 시 형식의미의 비약적 해체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시에 대해 다 알려고 하지 말자다 알려고 하면 박상순 시는 없다박상순보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많을지 모르지만 그 누구도 박상순처럼 시를 쓰지는 못한다그게 중요하다

학력 서울대학교 회화 학사

데뷔 1991년 작가세계 등단
수상 2013년 제14회 현대시작품상
2006년 제51회 현대문학상 시 부문
1996년 현대시동인상
(참고자료)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41(조선일보 연재, 2008)

​경력 2006 웅진 문학에디션 뿔 대표이사
2005.06~2006.03 민음사 대표

 

(해설)

  말문이 트인 아이는 어느 날 선언한다. “엄마오늘부터 엄마는 아지아빠는 끼리언니는 콩콩이나는 밍밍이야이제 그렇게 불러야 돼.” 또 어느 날은 이렇게 선언한다. “오늘부터 식탁은 구름의자는 나무밥은 흙반찬은 소라라고 해야 돼알았지?” 난감황당 그 자체일 때가 많은 박상순(46) 시인의 시는 이런 네 살배기 놀이의 사유로 들여다보았을 때 쉽게 이해되곤 한다그러니 주의하시라그의 시를 향해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묻는 순간 당신은 헛방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니.

   ‘A는 B’라는 반복으로 이루어진 시다. A와 B의 관계는 무연하고 또 우연하다인과관계가 없는 관계 맺기‘ 혹은 이름 바꾸기‘ 놀이다그러니 왜 첫 번째가 나이고 6이 나무이고 7이 돌고래인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독자들도 A에 혹은 B에 마음껏 다른 단어를 넣어 읽어도 무방하다또한이 시는 앞에는 숫자가뒤에는 낱말이 새겨진 아이들의 카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6이라 쓰인 카드의 뒷면에는 나무라고 씌어 있고, 7이라 쓰인 카드의 뒷면에는 돌고래라고 씌어 있다십진법에 따르면 세상 혹은 세상의 모든 숫자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로 환원된다현실과 언어의 관계가 그러한 것처럼 숫자와 낱말의 관계도 무연하고 우연한 약속에 불과하다면세상의 모든 관계도 그러하다는 것일까?

이 시의 핵심은, ‘가 이 순서와 관계를 (외우듯반복하는 그 리듬에 있다. ‘아무 생각 말고 따라 해 봐라는 식의 폭력적인 우리의 교육 현실 혹은 성장 과정을 암시하는 것일까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 내지는 언어(혹은 제도)의 감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일까아니면 유년의 로망이 담긴 단어의 나열이라는 점에서 상실한 본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것일까아무것이면서 아무것이 아니기도 할 것이다언뜻 보면 천진난만한데 읽다 보면 슬쩍 공포스러워지는 까닭들이다.

(참고문헌)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41(조선일보 연재, 2008)

(편집부)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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