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윤동주(1917 ∼ 1945)

애창시(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윤동주(1917 ∼ 1945)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 윤동주 사진 (google image에서 발췌)

 

(시인 윤동주) 

본관은 파평(坡平). 아명은 해환(海煥). 북간도 명동촌(明東村출생아버지는 윤영석(尹永錫)이며어머니는 김룡(金龍)으로 기독교 장로인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성장하였다아우 윤일주(尹一柱)와 당숙 윤영춘(尹永春)도 시인이다함께 자란 고종사촌 송몽규(宋夢奎)는 독립운동가이자 문인이다.

1931년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달라즈[大拉子중국인 관립학교를 거쳐 이듬해 가족이 용정(龍井)으로 이사하자 용정 은진중학교(恩眞中學校)에 입학하였다.

1935년 평양 숭실중학교로 학교를 옮겼으나이듬해 신사참배 문제가 발생하여 문을 닫자 다시 용정으로 돌아가 광명학원(光明學院중학부에 편입졸업하였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였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학[立敎大學영문과에 입학하였고같은 해 가을에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영문과에 전학하였다.

1943년 7월 귀향 직전에 항일운동의 혐의를 받고 송몽규와 함께 일경에 검거되어 2년형을 선고받았다광복을 앞둔 1945년 2월 28세의 젊은 나이로 일본의 후쿠오카형무소[福岡刑務所]에서 생을 마쳤다.

교우 관계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중 함께 하숙 생활을 하였으며 윤동주의 자필 시집을 보관출간한 정병욱(鄭炳昱), 초간 시집에 추모시를 쓴 유령(柳玲), 연희전문학교 후배 장덕순(張德順), 고향 후배 문익환(文益煥등이 있다.

처녀작은 15세 때 쓴 시 「삶과 죽음」·「초한대」이며이 두 편의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미루어 습작은 이미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발표된 작품을 살펴보면 광명중학교 4학년 당시 간도 연길(延吉)에서 나온 『가톨릭 소년(少年)』에 동시 「병아리」(1936.11.)·「빗자루」(1936.12.)·「오줌싸개지도」(1937.1.)·「무얼 먹구사나」(1937.3.)·「거짓부리」(1937.10.) 등이 있다.

연희전문시절에는 『조선일보』 학생란에 발표한 산문 「달을 쏘다」연희전문학교 교지 『문우(文友)』에 게재된 「자화상」·「새로운 길」그의 사후인 1946년 『경향신문』에 발표된 시 「쉽게 쓰여진 시」 등이 있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정병욱과 윤일주에 의하여 다른 유고와 함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20세를 전후하여 10여 년간 전개된 시력여정(詩歷旅程)은 청년기의 고독감과 정신적 방황조국을 잃음으로써 삶의 현장을 박탈당한 동일성의 상실이 그 원천을 이룬다.

초기 시에서는 암울한 분위기와 더불어 동시(童詩)에 깃들인 유년적 평화를 지향하고자 하는 현실 파악 태도를 볼 수 있다이러한 경향의 작품으로는 「겨울」·「조개껍질」·「버선본」·「햇빛·바람」 등이 있다.

후기 시로 볼 수 있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에 쓰여진 시들은 일제 말기의 암흑기를 살아간 역사 감각을 지닌 독특한 자아성찰의 시세계를 보여준다.

「서시」·「자화상」·「또 다른 고향」·「별 헤는 밤」·「쉽게 쓰여진 시」 등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 작품들이다윤동주의 시는 한마디로 어두운 시대를 살면서도 자신의 명령하는 바에 따라 순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내면의 의지를 노래하였다.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역사적 국면의 경험으로 확장함으로써 한 시대의 삶과 의식을 노래하였다동시에 특정한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체험한 것을 인간의 항구적 문제들에 관련지음으로써 보편적인 공감대에 도달하였다유해는 고향 용정에 묻혔고, 1968년 연세대학교 교정에 윤동주 시비가 세워졌다.

(해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시를 통째로 암송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서정적이고 여성적인 말씨와 어렵지 않은 입말로 쓴 시무엇보다 이 시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천상의 별과 지상의 잎새에 걸쳐 있는 넓은 공간의식도 놀랍다삶은 잡목림 같은 것해서 번뇌와 의혹과 부정의 바람은 그치지 않고 불어와 잎새와 같은 우리를 교란시키는 것부끄러움은 하루 걸러 오는 것그러나 어둠을 배경으로 별은 빛나고바람과 같은 시련을 만날 때 큰 사랑은 움트는 것다만 우리는 나의 부끄러움으로나의 양심으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고고함과 지순함과 강직함으로 사랑하자.
윤동주(1917~1945) 시인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그는 일제강점기의 어둠과 황폐를 의식의 순결함으로 초월하려고 했다그는 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또 다른 고향‘)고 써 스스로를 반성했고,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고 쓰며 자신을 끊임없이 돌이켜 봤다.
종교적인 순교의 의지로도 읽히고 독립에의 의지로도 읽히는 등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갖고 있는 이 시를 쓴 것은 1941년 11월로 알려져 있다윤동주는 1941년 자선 시집을 내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시국을 염려해서 시집 출간 연기를 권함에 따라 뜻을 미루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출감을 기다렸지만 불운하게도 해방을 불과 반년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옥사했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다다만 이 시가 포함된 원고뭉치가 국문학자 정병욱의 어머니에 의해 장롱 속에 몰래 보관되다가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정지용 시인은 유고시집의 서문에서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라고 써서 청년 윤동주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헤는 밤‘)고 노래한 영원한 청년 윤동주생전에 그는 자기 성찰로 뒤척이는 한 잎의 잎새였으나이제 보석처럼 빛나는 천상의 별이 됐다.


(참고문헌) 

윤동주 [尹東柱]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일간『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중 48(조선일보 연재, 200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 : 『정본 윤동주 전집』문학과지성사. 2004)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편집부)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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