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51)  타는 목마름으로(1982) 김지하(1941~)

애창시(51)

 

타는 목마름으로(1982)    김지하(1941 ~ )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시인 김지하 사진)
(시인 김지하 사진) (google image에서 발췌)

 

(작가 김지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1941년 2월 4일 전남 목포 출생)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사하면서 여기서 소년기를 보냈다. 1959년 서울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서울대 미학과에서 수학했다. 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명지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동국대학교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했고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이다. 1963년 3월 『목포문학』에 김지하(金之夏)라는 이름으로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한 이후, 1969년 11월 『시인』지에 「황톳길」「비」「녹두꽃」 등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1970년에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담시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같은 해 희곡 「나폴레옹 꼬냑」「구리 이순신」을 집필했고대표적인 평론인 「풍자냐 자살이냐」(1970)를 발표했다. 12월에는 처녀시집 『황토』를 간행했다. 1972년 4월 권력의 횡포와 민심의 방향을 그린 담시 「비어(蜚語)」를 발표해서 다시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된 후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기도 했다그의 시는 대부분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시집인 『황토』나 『타는 목마름으로』 등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한 시인 자신의 울분이 서정적으로 그려졌음에 비해담시인 「오적」「비어」 등은 판소리 가락을 도입하고 난해한 한문을 차용해서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판소리체 가락은 최제우의 삶과 죽음을 서사시체로 읊은 『이 가문날에 비구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애린』은 현실비판이 두드러지는 이전의 시들에 비할 때표면상 한 여성에 대한 사랑을 그린 시집으로 그의 시적 전환점을 이루고 있다『별밭을 우러르며』와 『중심의 괴로움』 역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적인 내면의 독백과 자연에 대한 동화 등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최근에는 생명에 대한 중시환경에 대한 관심 등을 강조하며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집으로 『황토』(1970), 『타는 목마름으로』(1982), 『남(南)』(1984), 『살림』(1987) , 『애린 1‧2』(1987), 『검은 산 하얀 방』(1987),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나의 어머니』(1988), 『별밭을 우러르며』(1989), 『중심의 괴로움』(1994), 『화개』(2002), 『유목과 은둔』(2004), 『비단길』(2006), 『새벽강』(2006), 『못난 시들』(2009), 『시김새』 (2012) 등이 있다. 산문집 또는 강연집 등의 저서로는 『산문집 ‘밥’』(1984), 『남녘땅 뱃노래』(1987), 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1, 2, 3』 (2003), 『생명학 1, 2』 (2003), 『김지하의 화두』 (2003), 『탈춤의 민족미학』(2004), 『생명과 평화의 길』 (2005), 『디지털 생태학』 (2009) 등이 있다.

김지하의 사회사상, 철학사상, 미학사상을 총정리한 『김지하전집 (전3권)』(2002)이 간행된 바 있다. 1975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받았다.

“시(詩)란 어둠을/ 어둠대로 쓰면서 어둠을/ 수정하는 것// 쓰면서/ 저도 몰래 햇살을 이끄는 일”(‘속 3’)임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시인, 그리고 이제 자신의 시와 삶이 우주 저편으로까지 이어지는 ‘흰 그늘의 길’에 서기를 꿈꾸는 시인, 그가 있어 우리 시는 또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지 않은가.

(경력)

   2013.09 ~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
   2008.03 ~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석좌교수
   2007.09 ~ 동국대학교 생태환경연구센터 석좌교수
연도없음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
  2006.03 ~ 명지대학교 교양학부 석좌교수
 2005.08 ~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석좌교수
 2004.07 ~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2003.12 ~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3 공동추진위원장
1999.08 ~ 초대 율려학회 회장
1999.06 ~ 민족문화시민운동단체 민족정신회복시민운동연합 임시대표
1999.02 ~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
1998.10 ~ 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1997.03 ~ 계간 그물코 대표
연도없음 공해추방운동연합 지도위원

(수상내역)
2011 ~ 2회 민세상
2006 ~ 10회 만해대상
2005 ~ 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3 ~ 11회 공초문학상
2002 ~ 10회 대산문학상
2002 ~ 17회 만해문학상
2002 ~ 14회 정지용문학상
1993 ~ 5회 이상문학상
1981 ~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브루노 크라이스키상
1975 ~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참고문헌)

일간『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51(조선일보 연재, 2008)
시집『타는 목마름으로』(창작과비평사, 1982)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해설)

  출간되자마자 금서(禁書)가 된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를 구하기 위해 책방을 뒤지고 다녔던 것도최루 속에서 금지곡(禁止曲)이었던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던 것도시보다 운동을 택했던 선배가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주점에서 결혼식을 했던 것도지금도 김광석이 부른 타는 목마름으로를 들으면 뭉클해지는 것도 다 이 시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맞고 때리는울고 신음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의 중첩을 통해 지난 70년대의 공포와 고통을 날카롭게 드러낸 시다누군가는 그렇게 피를 흘리며 뒷골목으로 쫓겼고 누군가는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자정부터 신 새벽 사이뒷골목과 뒷골목 사이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열망했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이 시가 뜨거운 것은 잊혀져 가는 민주주의를 노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했기에 더욱 뜨겁다오래 가지지 못한 아니 너무도 오래 잃어버린 그 모든 목마름의 이름을 타는 목마름으로 남 몰래 쓰고 있는 한이 시는 여전히 뜨겁게 살아오는 것이다우리에게 되살아오는 것이다.

Recent Articles

spot_img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