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는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96년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주로 여성과 생명에 대한 공감과 관심을 표현한 작품들을 써왔다. 시 「낙화, 첫사랑」은 2007년에 출간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이별과 죽음은 삶이 일부이고, 그것에 대한 긍정 없이는 어떠한 사랑도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이 깨달음 속에서 낙화, 즉 떨어짐은 한 존재의 소멸인 동시에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처럼 자신을 긍정하는 행위가 된다. 이별을 통해, 또는 자연적 현상인 낙화에서 시인은 삶에 대한 긍정이 이별과 죽음까지도 긍정하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상훈] 2004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 「피어라, 석유!」 외 5편.
[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작과비평사, 2000,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창작과비평사, 2003, 시집.
[수필]
『물밑에 달이 열릴 때』, 창작과비평사, 2002, 수필집.
『김선우의 사물들』, 눌와, 2005, 수필집.
[기타]
『바리공주』, 열림원, 2003, 동화집.
(해설)
‘입아아입(入我我入)’이라고 했다.
저것이 나한테 들어 있고, 내가 저것 속에 들어 있다고 했다. 이 세계는 서로가 연결되어 주고받는 중중무진(重重無盡) 연기의 세계이다. ‘법화경‘을 보면 입아아입을 몸소 실천한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라는 이가 있다.
그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공경합니다. 나는 당신을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고 말하면서 살았다. 막대기나 돌멩이로 때릴 때도 피해 도망가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후일에 많은 사람은 상불경보살의 큰 사랑을 알고 그를 예배 공경했다지만.
김선우 시인은 90년대 여성시의 흐름을 이어오면서 여성의 ‘육체성‘을 재발견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시를 읽으면 상불경보살이라는 이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시는 너와 나의 차별이 없는 큰 화해와 사랑의 세계를 발언한다. 해서 그녀의 시에는 “너의 영혼인 내 몸“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나 아닌 것들이 나를 빚어/ 그대 아닌 것들로 빚어진 그대를 사랑하오니“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젊은 여성 시인인 그녀가 우주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 사랑을 가붓한 어조로 고백하는 이유는 이 물질세계를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 (상품과 화폐만 있고) 자못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튼 그녀의 시는 딱한 생명을 뱃속에 품고 강보에 받아내고 젖을 먹여 길러내는 모성을 보여준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의 몸을 과감하게 등장시켜 관능적이기도 하지만, “아프지 마, 목숨이 이미 아픈 거니까/ 아파도 환한 벼랑이 목숨이니까“라고 말할 때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시는 사바세계의 가엾은 목숨을 살려내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의 마음을 지녀 몸을 섞고 탐하는 쾌락을 넘어선 자리에 있다.
개화(開花)를 모티프로 삼고 있는 이 시는 그 뜻이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러나 꽃피는 꽃의 몸과 내 몸을 교차시키면서 이 시는 의미의 확장을 얻는다. 꽃과 꽃벌의 혼례가 꽃과 나와의 혼례로 얽혀 읽히면서 이 시는 심상치 않은 의미를 낳는다. 그것은 성애적인 열락을 넘어선다. 그러나 “사랑이여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 울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밥알을/ 서로의 입에 떠 넣어주“며 살아야 하는가.
[참고문헌]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김선우 첫 시집」, 『한겨레』, 2000.2.1.
「김선우 시집 『내혀가 입속에···』 여성 정체성 진지한 탐색」, 『대한매일』, 2000.2.9.
「신예 김선우시인 첫 시집 『내 혀가 입…』 펴내」, 『세계일보』, 2000.2.9.
「김선우 「어라연」」, 『한국일보』, 2000.2.14.
「김선우시집 『내 혀가 입 속에···』」, 『중앙일보』, 20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