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71) 진달래꽃(1925) 김소월(1902~1934)

애창시(71)

 

진달래꽃(1925)      김소월(1902~1934)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시인 김소월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췌)

 

 

(작가 김소월)

소월(1902~1934)을 생각하면 노랫가락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그의 시가 노래처럼 가락을 타고실제로 그가 노랫가락을 즐겨 듣고 그 노랫가락을 시로 썼고무엇보다 그의 시가 많은 노래로 불렸기 때문일 것이다동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엄마야 누나야〉)에서 시작해 정미조의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개여울〉), 홍민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부모〉), 장은숙의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못잊어〉), 건아들의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활주로의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마야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가히 국민시인이라 칭할 만하다.

그런 소월을 생각하면 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가 〈진달래꽃〉이다소월은 외가인 평북 구성에서 태어나 그 가까운 정주에서 자랐으며 그 가까운 곽산에서 31세의 나이에 아편 과다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했다정주 가까운 영변에는 약산이 있고약산은 진달래꽃으로 유명하다그가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약산의 진달래꽃이었을 것이다그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으로 보통명사화시키고 있다.

 

 

(해설)

가실 때에는이라는 미래가정형에 주목해볼 때이 시는 사랑의 절정에서 이별을 염려하는 시로 읽힌다사랑이 깊을 때 사랑의 끝인 이별을 생각해보는 건 인지상정의 일백이면 백헤어질 때 말없이 고이‘ 보내주겠다고 한다죽어도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고 한다아무튼 그땐 그렇다그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해달라는 소망이야말로 이별의 로망인 바떠나는 길에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뿌리려는 이유일 것이다특히 아름은 두 팔로 안았던 사랑의 충만함을 환기시켜 주는 감각적 시어다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여자에게 더 어울린다. ‘말없이 보내드리우리다나 죽어도 아니 눈물을 보이겠다는 결기야말로 남자다운 이별의 태도일 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실 그때눈물을 참기란 죽는 일만큼이나 힘겨운 일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겠고당신이 사뿐히 즈려 밟고‘ 떠날 수 있도록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 이 시의 전모다얼마나 애틋한 사랑시인가이 사랑시는 영혼을 다해 죽음 너머를 향해 부르는 절절한 이별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초혼·招魂〉)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이렇게 노래하는 시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참고문헌)

(『진달래꽃』매문사. 1925 : 『김소월 전집』문장. 1981)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편집부(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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