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73)
반성 704(1987) 김영승(1959 ~ )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기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다
부엌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똥을 싸 놓은 강아지들을 보면
낑낑깅 밍키를 보며 칭얼대는
네 마리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나는 꼭 밍키의 남편 같다.

(약력)
인천 출생.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세계의문학』에 「반성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0년대 현실을 특유의 해학으로 극복한 『반성』, 연시적 분위기를 저변에 깔고서 가혹하게 자아를 성찰하며 세상사의 이면을 뒤집어 보고있는 『취객의 꿈』, 풍자와 야유의 방법으로 세상의 허위와 기만에 대응하는 『차에 실려 가는 차』(1989) 등은 시인의 초기 시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시는 슬픔의 정조를 지닌 독설과 자학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일상의 권태에 대한 공격과 그 공격 자체에 대한 권태를 그려낸 『권태』 등의 시집에 실린 그의 시는 뒤틀림과 외설, 자조, 야유, 탄식 등을 통해 자아 성찰을 위한 노력 및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김영승의 시적 작업은 세상에 대한 저항과 정화의 욕망을 배설의 시학으로 승화시켜 놓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첫 시집 『반성』(1987)을 출간한 후 『취객의 꿈』(1988), 『아름다운 폐인』(1994), 『몸 하나의 사랑』(1994), 『권태』(1994),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2001), 『화창』(2008), 『흐린날 미사일』(2013) 등을 간행하였다. 현대시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등을 수상했고 2013년 지훈문학상을 받았다.
(학력사항)
성균관대학교 – 철학 학사(졸업)
(수상내역)
현대시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2013년 지훈문학상
(작품목록)
반성, 차에 실려 가는 차, 취객의 꿈, 달걀 속의 금속 나트륨-‘달걀 속의 생’ 김승희 저
비평과 일상–비평을 비평한다, 병자의 시, 아름다운 폐인, 권태
몸 하나의 사랑, 이경림의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해설)
‘밍키‘는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강아지 이름이다. “놀랍고 분(憤)해 죽겠다는 듯 밍키가 짖는다/ ‘저젓……영키야!’/ 하며 어머니가 소리치고 나서 웃는다// 영승이를 부르시려 한 건지/ 밍키를 부르시려 한 건지// 하긴 나를 밍승이라고 부르면 또 어떠랴“(〈반성 764〉),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반성 673〉)에서처럼, 그는 스스로를 반성할 때 슬쩍 자신을 밍키에게 얹어놓곤 한다.
이 시에서도 병들고 구차한 밍키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며, 스스로가 밍키의 남편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밍키도 아닌, 밍키의 남편 같다는 데서 날카롭고 쓸쓸한 유머는 더해진다. 밍키에 대한 사랑은, 설움과 누추함 속에 살아가는 스스로에 대한 동병상련일 것이다. 실은 아내도 없이 상처투성이로 뒹구는 백수의 외로움과 고독과 소외를 얘기하려는 것이리라. 그가 동병상련하는 것은 구차한 강아지, 밍키만이 아니다. 발로 눌러 끄는 선풍기(〈반성 743〉)나 똥통에 빠진 슬리퍼 한 짝(〈반성 827〉)이나 만신창이가 된 풍뎅이(〈반성 608〉)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늘 아름답습니다./ 자신있게 나는 늘 아름답습니다./ 그러기에 슬픈 사람일 뿐이지만/ 그렇지만 나는 갖다 버려도/ 주워갈 사람 없는 폐인입니다.”(〈아름다운 폐인〉)라는 그의 자조와 위악과 오만은, 이렇게 ‘바닥‘을 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리라.
그는 자신의 시를 “훔쳐보기만을 하는 변태성욕자처럼/ 자기자신과 세계에 대한 불연속적 보고서의 작성자로 전락한/ 사실무근한// 인간과 인간사와/ 그리고 ‘나‘라고 하는 개체의 일들을/ 왜곡되게 기록한 것//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서정시“(〈반성·서(序)〉)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렇게 반성의 끝을 향해 치달았던 그의 시는 개인과 젊음이 차압당한 폭력적이었던 80년대에 대한 저항이자, 그 회복을 위한 자존과 실존의 고해성사일 것이다. 우리 시사에서 드물게도 외설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반성》은 ‘아름다운 폐인‘의 경지에서 ‘시인됨‘ 혹은 ‘시됨‘의 가능성을 새롭게 모색한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김영승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일간『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73』(조선일보 연재, 2008)
편집인(2000hanso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