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창시(86) 서시(1976) 이시영(1949~)

애창시(86)

 

서시(1976)                             이시영(1949 ~ )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이시영
시인 이시영 사진 (google image에서 발췌)

 

 

(작가 약력)

전라남도 구례에서 태어났다. 1972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였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수()〉가 당선되었고같은 해 《월간문학》 신인작품 모집에시 〈채탄〉 등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801984년 창작과비평사 편집장, 19841995년 창작과비평사 주간, 19951999년창작과비평사 부사장을 거쳐 1999년 창작과비평사 상임고문이 되었다. 1987년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였고,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창립에참여한 이후 계속 이곳에서 활동하였다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에서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1969년 문화공보부 예술상, 1994년 제4회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96년에는제8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였다이시영의 시에서는 아름다운 표현과 자연에 대한따뜻한 마음씨가 엿보인다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맑은 서정이넘치는 자연 서정시를 많이 썼다.

주요 시집으로 《만월(滿月)(1976), 《바람 속으로》(1986), 《길은 멀다친구여》(1988), 《피뢰침과 심장》(1989), 《이슬 맺힌 사랑 노래》(1991), 《무늬》(1995), 《사이》(1996), 《조용한 푸른 하늘》(1997) 등이 있다.

 

이시영

 

(해설)

이시영(59) 시인을 떠올리면 그가 늘 쓰고 다녔던 검고 둥글고 큰 뿔테 안경과 그 너머의 빛나는 안광(眼光)이 생각난다깡마른 체구와 또각또각 한마디씩 끊어가며 내놓는 정직한 말이 생각난다그는 1974년 문인들의 민주화운동 조직이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결성에 참여한 이후 엄혹의 시대와 맞서는 문인의 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연행되고 구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89년 《창작과비평》 주간으로 있을 때 황석영의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잡지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그러면서도 그는 유신 철폐를 위해구속 문인과 양심수 석방을 위해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노동자의 살 권리를 위해 국가 폭력에 맞서고 분연히 일어나 싸웠다그런 체험과 시대에 대한 울분을 선혈(鮮血)의 언어로 기동력 있게 쓴 것이 그의 민중시였다.

첫시집 《만월》에 수록되어 있는 이 시에도 그의 발자취와 육성이 살아있다이 시는 어둠의 시대를 살다 실종되고 도피중인 동지가 돌아오기를 갈망하고 있다압수되고두들겨 맞고체포당한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등과 평화가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열망하고 있다댓잎이 살랑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숨막히는 고요가 기다림의 절절함이라면천지를 쿵쿵 울리는 역동적인 발자국 소리는 돌아옴의 당위에 해당한다저 폭압의 시대에는 자식의 생사도 모르는 채 하염없이 뜬눈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운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시영 시인은 민중시를이야기시를우리말을 세공(細工)한 단시(短詩)를 선보여 왔다근년에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스크럼을 짜고 함께 통과해온 인물들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시를 써내고 있다.

광주일고 1학년 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을 법관으로 적어 놓은 해방전사 김남주휘파람 잘 부는 송영마포추탕집에서 쭈글쭈글한 냄비에 된장을 듬뿍 넣고 끓여 함께 먹던 조태일문단 제일의 재담가 황석영상갓집에 가면 제일 나중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던 인심 좋은 이문구섬진강서 갓 올라와 창작과비평사 문을 벌컥 열고 사과궤짝을 쿵 하고 바닥에 내려놓던 김용택 등등.

그는 지나간 옛일들을고통의 역사를 애틋하게 따듯하게 불러낸다특히 송기원과의 두터운 교분을 자랑하는 시편들은 왁자하고 눈물겹다. (이시영 시인은 송기원이진행과 함께 서라벌예대 문창과 68학번 삼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시영 시인은 마치 이 세상에 잘못 놀러 나온 사람처럼 부재(不在)로서 자신의 고독과 대면하며 살아온 사람“(〈시인〉)이 바로 시인이라고 말한다그의 시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서러운 사람에게로 불어간다가슴이 뭉클하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이시영 [李時英] (두산백과)

일간『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86(조선일보 연재, 2008)
(『만월』창작과비평사. 1976)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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