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심각하다.

고부갈등 뺨치는 장모사위 갈등
또 장모 잔소리… 처월드는 괴로워

■ 육아 맡는 장모님감사하고 죄송한데 사생활 간섭 너무해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죠저에게는 참 어색한 말입니다저희 장모님은 절 귀하고 어려운 손님이 아니라 모자란 자식으로 보는 것 같거든요.

맞벌이인 저희 부부는 아이들의 육아를 장모님께 부탁하고 있습니다. ‘처가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죠아이 둘의 육아를 맡아주시는 장모님께 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하지만 그렇다고 사위를 손주 키우듯 대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회식이 너무 잦은 것 같네라고 넌지시 한마디 건넬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요즘은 용돈을 너무 헤프게 쓴다” “양말을 거꾸로 벗어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 잔소리 대마왕이 따로 없습니다

처남댁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장모님께선 시댁 스트레스를 주는 시어머니가 되지 않겠다며 친척들 생일이나 제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조심스럽게’ 며느리 참석 여부를 물으시죠정작 저는 온갖 집안 행사에 당연히 와야 하는 사람입니다행사가 있을 때 과일이라도 챙겨 가지 않으면 빈손으로 왔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입니다.

  씨암탉은 바라지도 않습니다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저는 장모님의 관심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습니다처갓집이 편치 않은 건 저뿐인가요.

 

■ 이혼사유로 고부갈등보다 장서갈등 더 높아

   가정 갈등의 대표 선수가 바뀌고 있다. ‘시월드로 표현되는 고부 갈등’ 대신에 처갓집과 사위 간 불편한 관계를 뜻하는 장서(丈壻갈등이 점점 늘고 있다올해 2월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이혼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장서 갈등(10.9%)이 고부 갈등(2.3%)을 앞섰다

  장서 갈등의 급증은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처가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주는 일이 잦아지면서다결혼 3년 차인 김정현(가명·34) 씨는 신혼집을 처갓집과 같은 아파트단지에 구했다맞벌이인 아내가 처음부터 나중에 애들을 맡기려면 집은 무조건 우리 부모님 집과 가까워야 한다고 요구해서다

결혼 초에는 장모님이 매일같이 와 냉장고를 꽉꽉 채워놓고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대신해줘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황스러운 일이 잦아졌다김 씨는 속옷만 입고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장모님이 불쑥 집에 찾아와 까무러치게 놀란 적이 있다며 아내에게 장모님이 너무 자주 오셔서 불편하다고 말하면 고마워하지는 못 할망정 웬 배부른 소리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시부모에게서 생활지원을 받는 비율은 2006년 14%에서 2016년 7.9%로 감소했다반면에 같은 기간 처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답한 부부는 17%에서 19%로 증가했다처가와는 점점 밀접해지고시댁과는 점점 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제 부모님은 며느리 비위를 거스를까 봐 일절 뭘 요구하지 않아요반면에 장인 장모는 제게 자네교회는 꼭 다녀야 하네부터 시작해 보험 영업하는 친구가 있으니 계약 하나만 해 달라는 요구까지 청구서를 끝없이 내미세요.”(결혼 5년 차 박모 씨·35)

결혼 3년 차인 김모 씨(33)는 아내에게 장인 장모의 지나친 간섭을 하소연하면 아내는 늘 자기 부모님 편을 든다며 옛날 신파극에서 봐온 며느리의 설움이 뭔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푸념했다

여기엔 달라진 사회상이 투영돼 있다시어머니들은 자신들이 겪은 시월드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커진 데다 아들 못지않게 잘난 며느리를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반면 처가에선 알파걸로 키운 내 딸이 사위에게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런 딸 부부를 늘 가까이에서 보면서 딸을 힘들게 하는 사위의 부족한 면을 쉽게 눈감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위와 처가 간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신은숙 이혼전문 변호사는 장서 갈등으로 이혼까지 결심한 부부들을 보면 대부분 처가에서 간섭과 관여의 선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처갓집에서 생활지원을 하더라도 자녀 부부의 가장으로서 사위가 존중받아야 할 어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처가뿐 아니라 부부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부 갈등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중재하는 아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아내 또한 장서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김미영 서울가족문제상담소장은 남편들이 처가에 불만이 생기면 비난과 질타의 어투로 이를 표현하면서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해 아내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기(禮記전문가인 정병섭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위의 존재를 존중하지 않고 무턱대고 못난 아들처럼 대하는 것은 아닌지 장인장모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ong-A닷컴에서 옮김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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