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숙소 사용 에티켓

■ 호캉스 기분 취해 뒷정리 나몰라라… 정말 곤란해요

 

호캉스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저뿐 아니라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어진 방도 있어요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문을 여는 순간 ’ 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메이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은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 떠나면 그만’, 생각 버리고 배려도 챙기세요

내추럴문화신문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 사용 매너다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이 씨는 보통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 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대다수의 외국 호텔과 외국계 국내 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 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바로 수건이다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 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런트에 남긴 칭찬 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 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 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Dong-A닷컴에서 옮김 2000hansol2hanmail.net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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