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해외 패키지여행 예절

■ 냄새 나는 음식 꺼내고 뷔페 커피 따로 담고 이러시면 안돼요

내추럴문화신문

 

얼마 전에 동네 엄마들과 서유럽 8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어요. TV에서만 보던 에펠탑콜로세움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가 됐는지 몰라요.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관광 첫날부터 세 끼를 빵과 면으로 때우니 소화가 안 돼 배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결국 둘째 날 점심을 먹으러 간 현지 식당에서 반찬통에 싸온 김치를 꺼냈어요파스타에 김치를 한 점 얹어 먹으니 좀 살겠더라고요그런데 그때 저희 테이블 옆을 지나가던 웨이터가 화들짝 놀라 김치!”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소란을 듣고 가이드가 달려와 여기서 김치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라고요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치를 가져간 건데그렇게나 에티켓 없는 행동인가요해외여행을 할 때 어디까지는 되고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 여행은 관광 아닌 그 나라 문화체험… 에티켓 지켜주세요

내추럴문화신문

 

 아아∼ 여러분제 목소리 잘 들리세요반갑습니다저는 앞으로 일주일간 여러분의 유럽 여행을 책임질 경력 30년 차 가이드 ○○○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짝짝짝긴 시간 비행하느라 힘드셨죠주무시고 싶겠지만 저에게 딱 5분만 내주시면 즐겁게 여행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외국 나오면 제일 고생하는 게 음식이죠한국에선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왜 한국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하지만 유럽 식당에선 외부 음식을 반입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요특히 저희한테 친숙한 김치 냄새가 그들에겐 고역일 수 있어요유럽 관광객이 한국 식당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치즈를 꺼낸다고 생각해 보세요우리도 눈살 찌푸리겠죠?

그래도 현지 음식을 먹기가 정 힘드시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김이나 고추장 정도 들고 가세요그 대신 식당 종업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겠죠호텔에서 라면 드실 때도 마찬가지예요라면 냄새가 호텔 방에 밸 수 있으니 먼저 호텔에 취식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게 좋아요

좋은 거 구경하다 보면 절로 술 생각이 나죠캐리어에 소주 많이 챙겨 오셨죠하지만 외부 주류도 식당 반입 금지예요저희가 한국 식당 갈 때도 슈퍼에서 소주 사들고 가진 않잖아요특히 유럽은 엄격해서 식당 쓰레기통에서 초록 소주병이 발견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벌금을 부과해요그 벌금은 고스란히 저희 여행사가 물어야 해요이렇게 말씀드리면 페트병에 몰래 소주 담아 오시는 분들이 꼭 계신데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는 식당들은 그 수법을 다 알아요

  비싼 해외여행조금이라도 돈 아끼면 좋죠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민폐예요호텔에서 조식 뷔페 드실 때 보온병에 식당 커피 담아 오시는 분빵에 햄이랑 채소 넣은 샌드위치 만들어 들고 나오시는 분들 아직도 있어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식당에 커피믹스를 챙겨 가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한 뒤 타 먹기도 해요한국에선 공짜로 커피 주는 식당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요식당에서 커피를 드시고 싶으면 제 값 주고 사먹어야 해요현지 커피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내추럴문화신문

 

 이제 앞으로 모르는 분들끼리 같이 여행 다니려면 서로 배려해야 트러블이 없겠죠? 요즘은 다들 잘 지켜주시지만 시간 약속은 기본이에요. 일정이 밀리지 않아야 최대한 많이 보실 수 있어요. 또 버스 이동이 많다 보니 한 사람이 버스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려다가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간혹 있어요. 지난번엔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집합 시간 1시간 전부터 버스 앞에서 줄을 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사람이 한 자리씩 앉아 주시면 좋겠어요.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예요특히 아이를 부를 땐 본인이 직접 가서 데려오시고호텔 방은 방음이 잘되지 않는 곳이 많으니 안에선 소곤소곤 말하는 게 좋아요한국에서 하듯이 식당에서 헤이!’ 하고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실례예요조용히 손을 들고 웨이터를 보고 있으면 웨이터가 와요.

그리고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이 나왔을 때나 현지인이 문을 잡아 주면 생큐’ 한마디 건네주세요영어 쓰는 게 어색하겠지만지금 아니면 언제 영어로 말해보겠어요만약 길을 가다가 현지인과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다면 먼저 소리’ 하고 사과하세요관광객도 민간 외교관이라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것 하나만 꼭 기억해 주세요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에요. ‘이 나라는 왜 이래?’가 아니라 이 나라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그사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이제 버스에서 내릴까요?

Dong-A 닷컴에서 옮김  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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