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례지도사협회 제3회 정기 리더포럼…25년 현장 경험과 유족을 대하는 자세 공유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제3회 정기 리더포럼…25년 현장 경험과 유족을 대하는 자세 공유

국내 1호 여성 장례지도사 심은이 강사가 25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유족을 대하는 자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대한장례지도사협회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협회 강의실에서 ‘제3회 장례지도사 정기 리더포럼’을 개최했다. 송덕용 사무총장의 소개로 강연에 나선 심은이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기억에 남는 자’를 주제로 25년간의 현장 경험과 유족을 대하는 자세를 들려줬다.

심 장례지도사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중 세상을 떠난 환자가 충분한 존중을 받지 못한 채 옮겨지는 모습을 보고 고인의 마지막을 정성껏 모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염습을 배우고 장례지도 관련 학과에 진학했으며, 2001년부터 부산의 장례 현장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여성 장례지도사가 생소하던 시절 현장에 뛰어든 그는 일부 유족으로부터 여성에게 장례를 맡길 수 없다며 남성 직원을 불러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떠나지 않고 경험을 쌓으며 25년 동안 고인과 유족의 곁을 지켜왔다.

심 장례지도사가 이날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장례 기술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염습과 입관 기술, 장례 절차와 관련 법률·행정 지식은 전문직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며, 이를 어떤 말투와 표정, 태도로 유족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장례 현장에 들어온 뒤 고인을 모시는 과정과 유족을 대하며 겪은 일들을 꾸준히 적어두었다. 현장에서의 판단과 대처를 다음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배웅했던 고인과 유족들이 떠올랐고, 사람들이 죽음과 장례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되짚게 됐다. 이 기록은 책 ‘아름다운 배웅’을 펴내는 밑바탕이 됐다.

처음에는 고인을 정성껏 모시는 일만 잘하면 좋은 장례지도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인을 모시는 기술 못지않게 유족의 입장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초보 시절 유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례용품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장례지도사에게는 업무 중 벌어진 한 번의 실수일 수 있지만, 유족에게는 가족의 마지막을 대하는 모습으로 평생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심 장례지도사는 “장례지도사에게는 수많은 장례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부모나 배우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단 한 번의 시간”이라며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마지막을 모시는 동시에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유족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진 계기는 남편과의 사별이었다. 많은 죽음을 접하고 장례 절차도 잘 알고 있어 슬픔을 비교적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식으로 알고 있던 죽음과 가족을 직접 떠나보내는 경험은 전혀 달랐다고 털어놨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에는 그동안 유족의 모습을 겉으로 보고 판단했던 일을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크게 울지 않거나 담담하게 장례를 치르는 사람도 슬픔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견디거나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심 장례지도사는 “슬픔에는 정답이 없었다”며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애도에 필요한 시간도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장례 후 행정절차를 처리하고 다시 직장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도 예상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병원과 호스피스 공간의 냄새, 구급차 소리 등 일상의 작은 자극이 사별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경험도 했다. 장례가 끝났다고 해서 유족의 슬픔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조문객이 돌아가고 집으로 돌아온 뒤 본격적인 상실감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장례가 끝난 뒤 유족은 누가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장에서 맡은 업무는 대체로 발인과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끝나지만, 유족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유족의 사회 복귀와 애도 과정을 돕는 일도 앞으로 장례지도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라며 현재 애도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기억에 남는 것은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의전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례 절차를 어떤 말투로 설명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유족을 대했는지, 유족의 이야기를 얼마나 기다려줬는지, 고인을 어떤 마음과 손길로 모셨는지가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것이다.

정해진 입관 시간과 다음 일정에 쫓겨 가족의 마지막 인사를 재촉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는 지켜야 할 절차와 시간이 있지만, 유족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순간인 만큼 충분히 작별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례의 중심을 다시 고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조문객 응대와 복잡한 절차에 쫓기다 보면 정작 가족들이 고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추억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심 장례지도사는 “우리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는지, 어머니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가족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싸고 화려한 장례보다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충분히 기억할 수 있는 장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는 유족에게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이어진 2부 토론회에서는 선후배 장례지도사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실무적인 해법을 함께 모색했다.

고인이 평소 즐겨 입었던 옷을 수의 대신 사용하는 방법과 전통 수의를 선택하는 관행,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 등이 먼저 다뤄졌다.

심 장례지도사는 고인이 좋아했던 옷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후경직과 체형 등 현장 여건에 따라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원한다면 넉넉한 크기의 옷을 미리 준비하도록 안내하고, 장례지도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유족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소렴 과정에서 고인의 몸을 일곱 매듭으로 묶는 전통적인 방식에 관한 경험도 공유됐다. 최근에는 매듭을 묶지 않거나 입관 후 다시 풀어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전통적인 절차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고인의 상태와 유족의 뜻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한 장례지도사는 사고사나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 등으로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고인을 모셔야 할 때 느끼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물었다.

포럼 참석자들이 유족 응대와 훼손된 고인의 수습, 장례지도사의 심리적 부담 등 현장 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례지도사가 사고사나 고독사 현장을 반복해서 접하며 겪는 심리적 부담도 다뤄졌다. 현장에서 받은 감정을 혼자 쌓아두지 말고 동료와 경험을 나누거나 신앙, 음악, 취미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풀어내야 장례 업무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장례지도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염습과 입관 기술뿐 아니라 유족 상담과 애도심리, 훼손된 고인의 수습·복원, 사별 이후 일상 복귀 지원까지 교육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장례 절차를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족이 상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역량도 중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은 뜻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한국에 온 한 중국동포 여성 참석자가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2022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현재 장례 현장에서는 근무하지 않는 그는 교육을 받은 뒤 중국에서 부모의 장례를, 한국에서 시어머니의 장례를 직접 치렀다고 말했다. 가족 세 사람의 마지막을 자신의 손으로 배웅하면서 장례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참석자는 중국에는 체계적인 장례지도 교육이 부족하다며 한국에서 장례 절차와 현장 실무를 더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포럼에서 배운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 중국의 후배들에게 체계적인 장례지도 방법을 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3회 리더포럼에서는 장례 기술과 절차를 넘어 유족을 대하는 태도와 사별 이후의 돌봄, 훼손된 고인을 모시는 장례지도사의 심리적 부담과 전문교육의 방향까지 폭넓게 다뤄졌다. 제4회 리더포럼에서도 현장과 맞닿은 경험과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조장례뉴스에서 옮김 편집인(편집부2000han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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